1988 Korea Galleries Art Fair

올해로 세 번째 화랑미술제를 맞게 되었습니다. 가을이 9월이면 펼쳐지는 이 화랑미술제는 화랑만의 축제가 아니라, 작가와 화랑, 미술 애호가가 한데 어울려 또 하나의 공간적 작품을 실현하는 한마당 미술잔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더욱 뜻깊은 일입니다.

올해에도 전국의 회원화랑 중 37개 화랑이 ‘화랑의 특색을 살리는 작가’ 로서 유명하고 작업에 전념하는 작가를 각각 선정하여 자신만만한 작품을 출품하였습니다. 화랑미술제에는 크게 세가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그 시대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정기적 미술품견본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이 미술제가 단순한 그룹전이나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가 아니라 프로적 작가들의 심혈을 기울인 역작들이 자웅을 겨루게 될 당당한 경기장으로서 미술시장을 한 곳에 집적시킨 진수의 제정이라 할 수 있는 점입니다.
셋째는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작품중심의 가격형성, 작가의 화랑전속제도, 유통질서의 확립이 이루어져야 하며, 화랑미술제는 이 목적에 접근할 수 있고 거리를 단축시켜 줄 수 있는 행사라는 점입니다.

몇 년사이 회원화랑 중에는 FIAC, 시카고 국제 미술박람회, L.A. 국제 현대미술제, 스톡홀름 아트페어, 포름 국제회화제(FORUM)등 세계 굴지의 국제미술제에 참가하고 있습니다만, 우리의 이 화랑미술제도 결코 그들에게 손색이 없는 것으로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 화랑미술제는 더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정상궤도를 달릴 수 있는 단단한 기틀을 다지려 했습니다. 본 전시와 아울러 오늘의 미술시장을 진단 해 보는 「심포지엄」과 참가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참가 작가와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여 미술제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또 다채롭게 꾸며 보았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행사의 규모가 아직은 작고, 참가범위를 화랑협회 회원화랑으로 국한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것은 여러분께서도 이해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화랑미술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정착화가 이루어질 때까지의 기초작업만은 화랑협회의 전체적 역량으로 추진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응당 본회 회원들에게 부과된 사명으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6년 한국 화랑협회가 설립된 이래 12년, 화랑으로서의 자질향상에 충실히 노력해 왔으며, 본회의 회원화랑에 대한 여러분의 신뢰가 점차 높아지고 그럴수록 더욱 우리의 책무가 무거워짐을 항상 느끼며 왔습니다. 최근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고, 또 한편으로 훌륭한 전시공간도 여기저기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괄목하게 발전한 우리 미술계의 면모를 새삼 느끼게 합니다.

1988년 9월
한국화랑협회 회장 박주환